나에게 있어서 검도는 자유로 가는
길이었다. 보다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방편이었다. 외물에 현혹되지 않고
나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장애가 없고, 두렵거나 심적 동요가 없는 상태 - 한 마디로 희로애락을
나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 이것이 내가 처음에 추구했던 검도
수행의 목표였으며, 내가 검을 통해 가고자 했던 길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여건이 마련된 것에 불과하며,
검술을 통해 견성(見性)으로 가는 수행의 시작일 뿐이다.
나에게 검이란 마음이 한군데로 모여서 집중된 상태이니, 이런
상태가 되면 무엇이든지 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야금이든
붓이든 가리지 않는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프로가 되면 그 분야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통찰이 생겨난다. 그서익 굳이 검술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산을 올라온 길은 다르지만, 여러 개의 길은 여기서 합쳐지므로
또한 여기서부터는 검이 필요가 없다.
정도(正道)를 걸으면 무술이 필요없다. 인자(仁者)는 무적(無敵)
아닌가! 가장 큰 적인 자신과 싸워 이긴 자에게 무엇을 위해 강한 무술이
필요하겠는가? 이미 적은 사라졋는데.
자신과 싸워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검술'도 이젠 의미가
없어진다. 견성을 했다면 검술이란 단지 양생술로써, 보거체조의 의미
이상은 없게 될 것이다.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야 한다. 언제까지나
무거운 나룻배를 지고 길을 갈 것인가? 갈 길이 먼데.
그러면 이제 다시 물어보자. 검도란 무엇인가? 또, 검이란 무엇인가?
검이란, 또는 무술이란 자신의 몸과의 진솔한 대화이다. 하나의 소우주인
나의 몸과 대화함으로써 대우주와의 합일과 편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여 머리속을 어지럽게 하지 말자. 검은
쇳조각을 잘 갈아놓은 것이ㅔ 불과하다. 검도란 칼로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며, 검은 그냥 검일 뿐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그냥 물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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